방콕에 도착한 첫날,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었다

수완나품공항에서 볼트 택시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달려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새벽부터 집을 나서 인천공항으로 향하고, 비행기를 타고, 입국심사를 거쳐 방콕 시내까지 이동하다 보니 몸은 생각보다 많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피곤함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드디어 태국에 왔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은은한 향기가 먼저 반겨주었다. 한국의 비즈니스 호텔과는 조금 다른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프런트 직원에게 여권을 건네주니 능숙하게 체크인을 진행해 주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호텔 직원들은 외국인 손님을 상대하는 데 익숙해 보였고, 필요한 내용은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조식 시간과 수영장 이용 방법, 와이파이 비밀번호 등 간단한 안내를 듣고 서류에 서명을 하니 객실 카드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배정받은 객실로 올라갔다.
생각보다 훨씬 넓었던 객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조금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기 때문이다.
22층 맨 위층 객실이었는데 일반 호텔방이라기보다는 작은 아파트에 가까운 구조였다.
침실과 거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었고, 작은 주방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전자레인지와 싱크대는 물론 간단한 취사도 가능해 보였다.
냉장고 안에는 생수가 준비되어 있었고 커피머신과 아메리카노 캡슐도 비치되어 있었다.
호텔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생수와 커피 캡슐은 매일 무료로 제공된다고 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이 정도 시설이면 숙박비가 꽤 비쌀 텐데."
태국은 확실히 숙소 만족도가 높은 나라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창밖으로 펼쳐진 방콕 풍경
짐을 내려놓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커튼을 여는 것이었다.
22층 높이에서 바라본 방콕의 풍경은 생각보다 인상적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고층 건물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로.
그 사이로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한국의 도시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여행 유튜브를 보며 "언젠가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곳인데 지금은 내가 그 도시에 서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한국의 한겨울, 태국의 한여름
객실 안내문을 보니 8층에 수영장과 사우나, 미니바가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장시간 비행으로 몸도 찌뿌둥했고 샤워도 할 겸 바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수영장이 있는 야외 공간으로 나오자마자 태국에 왔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감싸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따뜻한 정도가 아니라 꽤 더웠다.
한국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이곳 방콕은 한낮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두꺼운 패딩을 입고 인천공항을 걸어 다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여행이 주는 작은 행복
수영장 옆 선베드에 몸을 맡겼다.
처음에는 햇볕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지만 잠시 후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게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뜨거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
이 두 가지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찾아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고,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는 사람도 있었다.
누구도 바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나도 미니바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맥주잔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보며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바로 이런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여행을 온 거였지."
정년퇴임 후에도 늘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인생에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첫날의 달콤한 낮잠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으니 슬슬 피곤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새벽부터 움직인 하루였다.
몸은 솔직했다.
객실로 돌아와 침대에 잠시 누워 눈을 감았다.
"한 10분만 쉬어야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창밖으로는 방콕의 노을이 조금씩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느꼈던 긴장감도, 공항에서의 분주함도 모두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여행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방콕의 첫 저녁을 만나러 호텔 밖으로 걸어 나갈 준비를 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방콕의 첫 저녁, 호텔 밖으로 나와 처음 마주한 태국의 거리와 야시장 풍경" 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때부터 비로소 제가 상상했던 태국 여행이 현실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